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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건축의 재료가 현대 건축에서 다시 주목받는 이유

by 디디s 2025. 4. 6.

오늘은 전통 건축의 재료가 현대 건축에서 다시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전통 건축의 재료가 현대 건축에서 다시 주목받는 이유
전통 건축의 재료가 현대 건축에서 다시 주목받는 이유

 

– 흙, 한지, 기와, 나무의 재발견과 새로운 가치

 

흙과 한지, 천연 재료의 재해석: ‘숨 쉬는 건축’을 향하여

한국의 전통 건축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로 지어졌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재료인 ‘흙’과 ‘한지’는 오늘날 친환경 건축 흐름 속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흙은 예로부터 벽체나 담장을 짓는 데 쓰였고, 한지는 창호지로 활용되어 빛과 공기를 적절히 조절하는 역할을 했다. 흙은 습도 조절에 탁월하고, 한지는 자연광을 은은하게 퍼뜨리며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든다.

현대 건축에서는 이러한 전통 재료가 단순한 ‘복고적 감성’으로만 소비되지 않는다. 오히려 건축 기술과 융합되어 실용성과 디자인, 환경성을 모두 갖춘 재료로 재탄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국내에서 시도되고 있는 ‘흙벽 리모델링 주택’은 폐기물 없이 재사용이 가능하고, 습도 조절 기능이 뛰어나 실내 공기 질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 전통 방식으로 다져 쌓은 흙벽은 현대 단열재보다도 열관류율이 낮아,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공간을 만들어 준다.

한지는 그 자체로도 생분해성 소재이며, 요즘엔 ‘한지 섬유’로도 진화해 인테리어 패널, 조명 갓, 벽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일본이나 유럽의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Korean Hanji’가 자연주의 디자인의 상징처럼 인식되며, 고급 수제 소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흙과 한지는 단순히 ‘옛날 재료’가 아니라, 오히려 현대의 지속 가능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재조명되고 있다.

 

기와와 나무, 구조와 심미성을 아우르는 전통의 기술

기와와 나무는 전통 건축에서 구조적 안정성과 미적 감각을 동시에 책임졌던 재료들이다.
기와는 비바람을 막는 외피이자, 건물의 ‘지붕선’을 통해 건축의 인상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였다. 나무는 기둥과 대들보, 문과 마루 등 집의 뼈대를 구성했으며, 사람의 손길이 닿아 만들어진 수공예적 감성을 담고 있었다.

오늘날 기와는 단지 ‘전통적’이라는 이유로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패시브 디자인 요소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와의 곡선 구조는 비를 흘려보내고, 지붕 아래로 공기 흐름을 유도하여 여름철 실내 온도를 낮춰주는 자연 환기 기능을 한다. 또한 열을 저장했다가 천천히 방출하는 온열 보존력도 높아, 에너지 절감에 도움을 준다.

나무 역시 현대 건축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재료 중 하나다. 하지만 예전처럼 단순한 마감재나 장식으로서가 아니라, 구조적 요소로도 다시 활용되고 있다.
목구조 주택이 대표적인 예인데, 탄소 배출량이 적고, 제작 속도가 빠르며, 공기 질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국산 소나무나 낙엽송을 활용한 건축은 ‘지역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어 건축가들 사이에서 선호되고 있다.

건축가 조병수는 통의동의 ‘한옥 재생 프로젝트’에서 기존 기와와 목재를 재사용해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내부는 현대적으로 리디자인했다. 이는 과거의 재료를 현대적 기술과 디자인으로 풀어낸 훌륭한 사례로 손꼽힌다.

전통 재료는 현대 건축에 있어 ‘장식’이 아닌, 구조와 철학을 함께 담는 살아 있는 기술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전통 재료가 주는 감각적 경험: 소재의 온기와 인간 중심성

전통 건축의 재료들은 단순히 기능적인 면에서만 주목받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사람이 살고 느끼는 공간에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특별한 매체다. 흙의 거친 표면, 나무의 따뜻한 질감, 한지를 통과한 부드러운 빛, 기와 지붕을 타고 흐르는 빗소리. 이 모든 감각 요소들은 전통 재료가 주는 정서적 가치를 증명한다.

현대 건축이 점점 더 디지털화되고, 유리・금속・플라스틱 등의 인공 재료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자연적인 질감과 온기를 그리워하게 된다. 전통 건축의 재료는 그 ‘감각적 갈증’을 해소해주는 대안이 된다.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는 "재료는 사람과 공간 사이의 정서적 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의 전통 건축 재료는 바로 그런 ‘다리’ 역할을 한다.
현대 건축에서 이들이 다시 쓰인다는 것은, 단순히 전통을 복원하거나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건축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 작업이다.

서울 익선동, 전주 한옥마을, 강릉 선교장 등의 리노베이션 사례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분명히 드러난다. 새롭게 덧씌운 시멘트 대신, 나무를 드러내고, 흙벽을 살리고, 한지로 창을 꾸미는 것은 단순한 미학이 아니라 경험을 중시하는 철학적 선택인 것이다.

 


전통 건축 재료들은 단순히 ‘오래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 건축의 대안으로서 더 주목받고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이 가진 친환경성, 지역성, 감각성, 철학적 깊이 때문이다.

흙은 숨 쉬는 벽이 되고, 한지는 빛을 품은 공간을 만들며, 기와는 지붕 위의 조형이 되고, 나무는 온기를 지닌 구조물이 된다. 이 모든 것들은 현대 기술과 결합했을 때 더 큰 가치를 발휘하며, 우리의 삶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 준다.

전통 재료를 다시 쓰는 것은 과거를 되살리는 작업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가장 따뜻한 선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