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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래퍼와의 듀엣: 투팍과 AI 음원의 경계

by 디디s 2025. 5. 4.

오늘은 [죽은 래퍼와의 듀엣: 투팍과 AI 음원의 경계]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죽은 래퍼와의 듀엣: 투팍과 AI 음원의 경계
죽은 래퍼와의 듀엣: 투팍과 AI 음원의 경계


– 음악 산업에서 논쟁 중인 ‘디지털 유령’의 상업적 활용 사례

 

2Pac은 죽지 않았다? 홀로그램 공연부터 AI 랩까지

2012년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전설적인 래퍼 투팍(2Pac)이 무대 위에 ‘살아난’ 순간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무대에는 실제 투팍이 아닌, 그의 실물과 흡사하게 만들어진 홀로그램 투팍이 등장해 살아 있는 듯한 모습으로 노래하고 춤을 췄다. 이는 단지 기술적인 쇼를 넘어선, 디지털 사후 부활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그 후로 AI와 머신러닝의 발전은 죽은 아티스트를 디지털로 ‘되살리는’ 작업을 점점 더 자연스럽고 현실적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딥러닝 기반의 음성 합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투팍이 실제로 남기지 않은 새로운 가사와 곡조를 그의 랩 스타일로 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최근엔 AI로 생성한 가사에 투팍의 목소리와 플로우를 입혀 완전히 새로운 ‘2Pac 신곡’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은 일종의 ‘디지털 듀엣’이라는 개념을 낳았다. 살아 있는 아티스트가 죽은 투팍과 가상의 트랙을 통해 협업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마치 두 시대의 스타가 하나의 스튜디오에 함께 모인 듯한 이 가상 협업은 음악 팬들에게는 새로운 감동이자 경험이지만, 동시에 음악의 진정성과 윤리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상업적 부활인가, 예술적 모독인가: AI 음원 제작을 둘러싼 쟁점들

AI가 사망한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기술은 몇 가지 뚜렷한 쟁점을 동반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것이 아티스트의 의지에 부합하는가?"라는 질문이다. 투팍은 생전에 강한 사회적 메시지와 자아 정체성, 정치적 입장을 담은 곡을 많이 남겼다. 그가 직접 승인하지 않은 메시지를 담은 노래가 그의 이름으로 유통될 경우, 그의 세계관을 왜곡할 위험이 존재한다.

또한 AI가 만든 음원은 누구의 창작물인가에 대한 법적, 저작권적 문제도 발생한다. 예컨대 한 레이블이 투팍의 과거 녹음을 바탕으로 AI 모델을 학습시켜 새로운 곡을 만들어 낸다면, 그 곡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유족인가, 제작사인가, 아니면 알고리즘을 만든 개발자인가?

이와 관련해 AI로 복원된 투팍의 곡에 현대 래퍼들이 피처링을 하거나 ‘콜라보’ 형식으로 참여하는 경우, 해당 곡은 흥행을 위한 도구가 되기 쉽다. 실제로 몇몇 AI 생성 음원은 유튜브나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이는 업계의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상업적 성공이 투팍의 철학이나 메시지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디지털 유령’이라는 개념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문화적 규범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까지는 법적 공백 속에서 기술이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다.

 

죽음 이후에도 존재하는 예술가: 기술 시대의 정체성과 경계

AI 기술로 죽은 예술가를 되살리는 움직임은 투팍에게만 해당되는 현상이 아니다. 이미 마이클 잭슨, 휘트니 휴스턴,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AI 기술로 ‘복원’되고 있으며, 이들이 등장하는 홀로그램 공연, 가상 인터뷰, AI 노래 등은 새로운 콘텐츠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팍의 경우는 특별하다. 그는 단지 래퍼가 아니라 흑인 인권운동과 힙합 저항정신의 상징이었다. 그의 곡은 당시의 사회 현실, 인종차별, 빈곤, 폭력, 정체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음성을 재현한다고 해서, 투팍이라는 예술가가 기술적으로 ‘복제’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AI로 생성된 ‘2Pac’은 분명 놀라운 기술적 성과이지만, 그것이 진짜 투팍의 예술 혼을 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술은 데이터를 학습해 형태를 만들지만, 경험과 감정, 시대적 맥락까지 담아낼 수는 없다. 이것은 결국 ‘투팍 같은 것’일 뿐, 투팍 그 자체는 아니다.

우리가 AI 투팍의 음악을 즐기면서도, 그것이 진짜 그가 살아있었다면 만들었을 작품이 아닐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그것이 기술과 예술 사이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감각이다.

 

디지털 유령과 함께 노래하는 시대

‘죽은 래퍼와의 듀엣’은 더 이상 SF가 아니다. AI는 이미 수많은 음악적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고, 앞으로는 라이브 콘서트에서 AI 래퍼가 실시간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날도 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미래가 진정으로 예술을 풍요롭게 하는 길이 되려면, 존중, 맥락, 진정성에 대한 성찰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AI는 예술을 복제할 수 있지만, 예술가의 정신까지 복제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 차이를 잊지 않는 한, 디지털 시대의 예술도 여전히 인간적인 감동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