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셰익스피어의 새로운 희곡? 문학 창작의 AI 실험실]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 GPT 등 AI 모델이 셰익스피어 문체로 창작한 극본들, 그리고 문학적 가치 논쟁
셰익스피어가 돌아왔다? AI가 쓴 ‘그럴듯한’ 고전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류 최고의 극작가’라는 명예를 누리고 있다. 그의 희곡들은 인간 심리의 깊이와 언어의 예술성을 결합해 고전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최근, 셰익스피어 스타일의 새로운 희곡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저자는 놀랍게도 인공지능(AI)이다.
GPT-3와 같은 초대형 언어 모델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 연구자들과 문학 애호가들은 “AI가 셰익스피어처럼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을 데이터로 학습시켜 AI가 유사한 문체, 구조, 표현을 스스로 생성하도록 만들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고풍스러운 어휘, 운문과 산문의 리듬, 5음보 운율까지 상당히 정교하게 재현되었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20년 영국의 한 연구팀은 GPT-3를 활용해 ‘The Tragedy of Macbeth II’라는 가상의 후속 희곡을 AI에게 쓰게 했다. 결과물은 단지 우스꽝스러운 모방이 아니라, 구조적 갈등과 상징적 표현을 갖춘 “그럴듯한 희곡”에 가까웠다. 비평가들은 "AI가 과연 셰익스피어만큼의 깊이를 가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문체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일부 예술 실험가들은 이러한 AI 극본을 실제로 무대에 올리는 프로젝트까지 기획했다. 대사가 부자연스럽거나 감정의 섬세함이 부족한 장면도 있었지만, 관객은 대부분 “기계가 쓴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고 반응했다.
그렇다면 이런 AI 창작물은 단지 기술적 장난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진정한 문학의 한 형태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AI는 어떻게 셰익스피어를 흉내내는가: 알고리즘의 문학 수업
AI가 셰익스피어 문체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단어 생성 이상의 고차원적 작업이 필요하다. GPT 계열의 언어 모델은 딥러닝 기반의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통해, 언어의 맥락과 구조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능숙하다. 셰익스피어의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시킬 경우, AI는 단어와 문장 수준에서 그의 언어 습관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여러 문학적 요소로 정의된다.
5음보 운율과 시적 리듬
구어체와 시어의 절묘한 조화
은유, 반어, 역설 등의 수사 기법
철학적 주제와 인간 심리의 묘사
AI는 이를 단순히 반복하거나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예시에서 패턴을 추출하고, 문맥에 맞는 표현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결과물을 생성한다. 특히 최신 GPT-4와 같은 모델은 장기 기억력과 문맥 유지를 강화한 구조를 통해 긴 희곡 형식을 완성하는 데까지 도달했다.
이러한 기술은 단지 과거의 문체를 흉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창작적 실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적인 주제를 셰익스피어 문체로 표현하거나, 기존의 줄거리 구조를 바탕으로 대체 결말을 생성하는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이는 AI가 단지 옛것을 재현하는 ‘디지털 문필가’가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의 공동 창작자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시스템은 인간 감정의 섬세한 뉘앙스를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사랑, 배신, 슬픔, 환희 등 복합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아직 인간 작가의 직관이 더욱 풍부하다. AI는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지만, 거기 담긴 철학과 통찰은 진짜 셰익스피어의 깊이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설득력을 가진다.
문학인가 흉내인가: AI 창작을 둘러싼 가치 논쟁
AI가 셰익스피어 문체로 쓴 희곡은 과연 문학적 가치가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히 기술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위대한 이유는 단지 운율이 멋져서가 아니라, 그가 인간 존재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모방할 수는 있지만, 철학적 문제의식, 창작 동기, 역사적 맥락을 ‘느끼고’ 창작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문학계 일각에서는 AI 작품을 “형식은 흉내 냈지만, 영혼은 담기지 않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변화에 좀 더 열린 시각을 갖자고 말한다. 문학은 언제나 형식의 실험과 표현의 확장을 통해 진화해왔다. 기계와 인간이 협업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도, 문학의 한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AI가 쓴 시가 시문학상에 응모되거나, AI가 공저자로 참여한 소설이 출간되기도 한다.
또한 AI 창작은 문학 교육과 창작 지원의 도구로도 유용하다. 셰익스피어 문체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분석하는 기술은 학생들이 그의 언어를 배우고 창작 연습을 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일부 문예 프로그램에서는 AI를 활용한 극본 창작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결국 문제는 AI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태도다. 우리는 AI를 통해 고전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살아있다면, 어쩌면 그는 이 새로운 도구에 누구보다 호기심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의 뒤를 잇는 것은 누구인가?
AI가 창작한 셰익스피어 희곡은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문학의 세계에 분명한 균열을 내고 있다. 그것은 모방을 넘어선 창작의 시작이자, 인간과 기계가 함께 예술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장을 연다. 셰익스피어가 생전 "세상은 하나의 무대"라 말했다면, 이제 그 무대 위에는 인간과 AI가 공동으로 글을 쓰는 작가로 서 있다.
AI는 감정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감정을 가진 채 AI를 활용한다. 그것이 예술을 미래로 이끄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