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나의 환상적 관 : 장례는 인생 최고의 축제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 생전의 직업과 취미를 닮은 맞춤형 관 이야기
죽음은 끝이 아닌 시작: 가나인의 장례관
가나(Ghana),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이지만, 이곳에서의 장례는 그 어떤 축제보다도 성대하고 상징적이다. 특히 가나 남부의 가족 중심 공동체인 가(Ga) 부족을 중심으로 퍼져 있는 이 독특한 장례 문화는 ‘환상적 관(Fantasy Coffins)’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지역에서 죽음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다. 오히려 인생을 기념하는 마지막 무대이며, 죽은 이의 삶을 후손들에게 남기는 상징적 표현이다. 그래서 가나에서는 종종 장례가 며칠 혹은 몇 주에 걸쳐 열리며, 노래, 춤, 음식, 연설 등 축제처럼 치러진다. 중요한 것은 단지 애도나 이별이 아니라, 죽은 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무엇을 사랑했고 어떤 일을 했는지를 되새기는 것이다.
이런 정신은 장례의 ‘형식’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바로 전통적인 직사각형 나무 관 대신, 죽은 이의 직업이나 꿈, 인생철학을 담은 ‘환상적인 모양의 관’을 사용하는 것이다. 물고기 모양의 관, 비행기, 휴대전화, 맥주병, 신발, 택시, 심지어 카메라나 성경책까지—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관이 이곳에서는 현실이다.
관이 말해주는 삶의 이야기
가나의 환상적 관 문화는 195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설에 따르면, 한 농부가 자신이 평생 몰던 비행기 모양 수레를 타고 하늘로 가고 싶다는 소망을 남겼고, 이를 들은 장인이 그의 장례에 진짜 비행기 형태의 관을 제작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 이 특별한 관은 지역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독특한 장례 방식은 점차 퍼져나갔다.
이 관들은 단순한 ‘유머’나 ‘이색 문화’로만 보기 어렵다. 각각의 디자인에는 죽은 이의 정체성, 사회적 역할, 가족의 자부심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망고 농장을 운영하던 이에게는 거대한 망고 모양의 관이, 어부였던 사람에게는 생선 모양의 관이 제작된다. 한 목사는 성경책 모양의 관에, 버스 운전사는 자신이 몰던 노란 버스를 본뜬 관에 묻히는 식이다.
그 관을 본 사람들은 죽은 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이 관은 ‘비문 없는 무덤’이다. 살아생전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예술 작품이자,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메시지인 셈이다. 이 전통은 장인 정신과 창의력, 그리고 공동체가 망자를 기억하는 방식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결과다.
관 제작은 보통 마을의 전문 장인들이 맡는다. 이들은 통나무를 직접 깎고 채색하며, 때로는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고인의 삶을 되짚으며 관의 형태를 결정한다. 제작 기간은 디자인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2주 정도 걸리며, 비용도 결코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유족들은 ‘가장 중요한 마지막 선물’이라 여겨,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전통과 현대 사이, 환상적 관의 미래
가나의 환상적 관 문화는 더 이상 지역 사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예술가와 큐레이터들이 이 문화에 주목했고, 실제로 뉴욕 현대미술관(MoMA), 파리 퐁피두센터, 런던의 대영박물관 등에 가나의 관들이 전시되기도 했다. 이 장례 문화는 더 이상 ‘이국적 풍습’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접근과 예술의 경계를 넓히는 소재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 변화와 함께 문화적 상업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인용 관’을 제작하거나, 관광객을 위한 모형 관을 만들어 판매하는 등 전통의 본질이 흐려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가나의 젊은 세대 중 일부는 서구식 장례를 선호하며, 환상적 관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화는 여전히 살아 있고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관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죽은 이의 가치관, 신념, 생전 좌우명 등을 반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예를 들어 환경 운동가는 나뭇잎이나 지구 모양의 관을, 여성 인권 운동가는 하이힐이나 마이크 모양의 관을 선택한다. 죽음을 기념하는 방식이 개인의 서사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하나의 물음을 던진다.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기념하고 싶은가? 단순한 매장이나 화장으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삶을 기억할 상징을 남길 것인가? 가나의 환상적 관은 그 질문에 유쾌하고도 깊이 있는 답을 제시해 준다.
죽음을 예술로 기념한다는 개념은 우리에게 여전히 낯설 수 있다. 하지만 가나 사람들은 죽음조차도 삶의 일부로 여기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랑과 존중, 창의성으로 기리는 문화를 만들어 왔다.
가나의 환상적 관은 단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삶을 어떻게 살고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철학을 담고 있다. 오늘, 우리는 과연 죽음에 대해 어떤 상징을 남기고 싶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