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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 한옥: 서울 한복판의 ‘모던 한옥’ 사례 탐방

by 디디s 2025. 4. 8.

오늘은 도시 속 한옥: 서울 한복판의 ‘모던 한옥’ 사례 탐방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도시 속 한옥: 서울 한복판의 ‘모던 한옥’ 사례 탐방
도시 속 한옥: 서울 한복판의 ‘모던 한옥’ 사례 탐방


— 전통의 숨결과 현대의 감성이 만나는 공간들

 

 

북촌 한옥마을, 전통 위에 쌓아올린 오늘

서울 종로구 북촌은 전통 한옥마을로 잘 알려진 장소다. 고즈넉한 골목길과 기와지붕의 실루엣은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명소이지만, 북촌이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곳엔 여전히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고, 또 새로운 삶의 방식을 입힌 ‘모던 한옥’들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건축가 조민석이 설계한 ‘한남동 집’. 비록 북촌이 아닌 인근이지만, 북촌 스타일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언급할 가치가 있다. 전통 기와지붕을 유지하면서도 내부는 미니멀하고 기능적인 공간으로 구성됐다.
북촌 내부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락고재(樂古齋)’ 같은 전통 한옥 숙소는 겉보기에는 전통 그 자체이지만, 내부에는 최신식 욕실과 난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문화공간 ‘서울미래유산 북촌 한옥청’ 역시 전통 한옥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시민을 위한 열린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사례다.

이러한 공간들은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것에서 나아가, 현재에 맞는 기능과 감성으로 전통을 진화시키는 실험이라 할 수 있다.
한옥을 현대적으로 해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한옥이 가진 공간 철학 — 채광, 통풍, 여백, 자연과의 조화 — 을 어떻게 계승하는가이다.
북촌의 모던 한옥들은 이 점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익선동, 젊은 감각이 녹아든 한옥 리노베이션

익선동은 원래 1930년대에 조성된 도시형 한옥 주택가였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주택가로서의 생명력을 거의 잃고 있었지만, 이후 소규모 카페, 편집숍, 레스토랑 등이 입점하면서 ‘레트로와 모던이 공존하는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곳의 한옥들이 전통의 틀은 유지하되, 매우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리노베이션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익선잡화점’은 전통 한옥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내부는 아트 갤러리처럼 구성되어 있다.
‘경양식 1920’은 한옥을 개조한 레스토랑으로, 기와지붕 아래에 고전적인 유럽식 가구와 현대 조명을 배치한 하이브리드 인테리어로 유명하다.
이처럼 익선동의 한옥들은 과거의 건축 언어 위에 새로운 콘텐츠를 입힘으로써, 전통을 젊고 흥미롭게 소비할 수 있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디자인뿐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많은 익선동 상점들은 온돌 대신 바닥 난방을 설치하고, 창호 대신 유리문을 넣으며, 주방과 화장실을 서구식으로 바꾸는 등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옥 특유의 낮은 처마, 마루, 좁은 골목길이 주는 공간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러한 방식은 한옥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는 전통 공간의 진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익선동은 ‘보존과 소비의 균형’을 보여주는 도시 재생의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성북동, 삶을 담아내는 조용한 모던 한옥들

북촌이나 익선동이 관광객들과 젊은 세대의 핫플레이스라면, 성북동은 비교적 조용하게 거주형 모던 한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역이다.
이곳에는 실제로 누군가의 삶이 오랜 시간 머무는 한옥들이 있으며,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조용히 실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건축가 승효상의 작업들이다. 그는 한옥의 정신을 현대건축 언어로 번역하는 데 집중해왔다.
성북동의 한 작업에서는 전통 목재 구조 대신 콘크리트와 유리, 철재를 사용했지만, 공간 구성 방식은 대청, 마루, 안채와 사랑채의 흐름을 유지했다.
외형은 단순하지만 그 속에 빛의 유입, 공기의 흐름, 여백과 시선의 연결 같은 전통 건축의 원리가 담겨 있다.

또한 성북동에는 실제 현대식 한옥 주택도 다수 존재한다. 한옥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단열과 방습, 에너지 효율성을 고려한 패시브 설계가 적용된 주택들이다.
이들은 전통과 현대의 장점을 동시에 갖추며, 한옥이 여전히 현재의 주거 양식으로도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성북동의 모던 한옥들은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주거와 사색의 공간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아, 외적으로는 더 절제되어 있고 조용하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한옥의 본래 정신 — 자연과의 공존, 내면의 깊이, 공간의 정서 — 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담아낸다고 볼 수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는 모던 한옥들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다.
그들은 전통 건축의 본질을 오늘의 언어로 번역한 결과물이며, 삶의 방식과 감성, 기능까지 아우르는 실험이다.

북촌의 정제된 실험, 익선동의 감각적 재구성, 성북동의 조용한 삶의 공간.
이 모두는 한옥이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도시 속에서 만나는 한옥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전통과 오늘을 이어가고 싶은가?”
그 질문에 답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모던 한옥일지 모른다.